가을을 담는다.
토소/정해임
잃어버린
세월을 밟고 있는 나
그대는
뚝! 뚝!
섶 깃에 매달려
하얗게 떨고 있는 입술
메마른 세월
가슴 비트는
가을의 기억
풀벌레 우는 소리는
가을의 소리
가슴이 젖던 밤
소나기 오는 소리
익어가는
뜨거운 가슴에
가을을 담는다.
가을 길 떠나라 / 서현숙
붉게 물든 가을빛
그리움으로 머물며
어제 내린 빗물로 인하여
고운 색채 눈부시다
잠시 숨을 고르듯
하던 일 멈추고
깊어가는 가을 찾아
떠나보는 것은 어떨까
빠르게 지난 세월
덧없음도 접고
아득하기만 하던
천고마비의 계절에
무덥던 여름 가고
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
푸른 하늘 벗 삼아
가을 길 떠나라.
이순간 만큼/손 숙자
이 순간 만큼은
기억하고 싶지 않은
지난날 들
금세라도 눈물 뚝뚝
떨어 질 것 같아 그래서
펑펑 울고 싶은.
11월의 안부
황금빛 은행잎이
거리를 뒤 덮고
지난 추억도 갈피마다
켜켜이 내려앉아
지나는 이의 발길에
일 없이 툭툭 채이는 걸
너도 보았거든
아무리 바쁘더라도
소식 넣어
맑은 이슬 한잔 하자
더 추워지기 전에
김장 끝내고 나서
최원정
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/ 나희덕
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
아니면
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걸을때
아무 것도 없이 그냥
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
단풍잎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어질때
가을에는 정말
스쳐가는 사람도 기다리고 싶어라
미워하던 것들도 그리워지는
가을엔 모든 것 다 사랑하고 싶어라
황금빛 은행잎이
노랗게 물들이는
11월은 아름다운 계절이다
11월에는 잊고 지냈던 사람들과
안부를 전할 수 있는
달이 되었으면 좋겠다
* 가을편지 - 이성선
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.
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
비어가고 있습니다.
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
편지를 써서
당신에게 보냅니다.
사랑함으로 오히려
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
다시 이르려 해도
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
가슴에 고인 말을
이 깊은 시간
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
당신에게 전해달라
나무에게 줍니다.
상처 난 낙엽 / 목혜자
예전엔
고운 단풍을 주워
부서질세라
고이고이
책갈피에 끼워 간직했지만
올해는
구멍 뚫리고
상처 난 낙엽을 찾는다
상처입지 않은
고운 단풍잎은
행복을 누리며 살아온
이들의 것이리니
가족을 위해
사랑을 위해
자신을 내어주고
허한 가슴에
가을빛 강물이 흐르는
상처 난 낙엽을 찾아
내 마음의
책갈피에 끼우련다
우린 서로 닮았기에
편지/헤르만 헷세
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
보리수가 깊은 신음소리를 내고
달빛은 나뭇가지 사이로
내 방을 엿본다
나를 버린
그리운 사람에게
긴 편지를 썼다
달빛이 종이 위로 흐른다
글귀를 흐르는
고요한 달빛에
나는 슬픔에 젖어
잠도, 달도, 밤 기도도 모두 잊는다
아름답게 막을 내리는 시월
청명한 가을 하늘빛이 고와라
그 빛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에
울긋불긋 가을 풍경화를 그리던 시월이
아쉬움을 남기고 떠났지만
새로운 11월에
오색 찬란한 가을 붓을 전하고,
다시 올 내년을 기약하며
멋지고 아름답게 막을 내렸다.
11월이여
사랑과 행복을 실어
떨어지는 낙엽을 지르밟고,
시월이 못다 그린 가을 풍경화를
완성해 주려무나.
詩/美風 김영국
'여행 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(0) | 2021.11.27 |
---|---|
부안 중계교 물안개 (1) | 2021.11.22 |
가을사랑 (0) | 2021.10.26 |
10월의 어느멋진날 (0) | 2021.10.19 |
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을이다 (0) | 2021.09.24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