눈 내리는 벌판에서/ 도종환
발이 푹푹 빠지는 눈 길을 걸어
그리운 사람 만나로 가고 싶다
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
사랑하는 사람 만나로 가고 싶다
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
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싶다
돌아보아도 오직 벌판
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나무 몆 그루뿐
이 벌판 같은 도시의 한복판을 지나
창 밖으로 따스한 불빛 새어 가슴에 묻어나는
먼 곳은 그리운 사람 향해 가고 싶다
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
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터저오르는 이름 부르며
사랑 하는 사람 있어 달려가고 싶다